< 사진출처 - 사진 속 >
우리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정윤호, 그 안에 있다.
그가 손을 뻗는다. 그가 턴을 한다. 그가 스탭을 밟는다. 정윤호는 그렇게 몸짓을 남긴다.
정윤호의 몸짓을 보고있으면 한편의 서사시가 떠오른다.
검은 만년필로 슥슥 써내려간 서사시 말이다.
매우 고집스럽고 필체가 강하면서 무게가 있고 쓴 소리 훅훅 섞여있는 대가의 시다.
한편, 황금비율의 의미를 뭉클하게 하는 정윤호를 만나면 매력적인 정형시 한수가 떠오른다.
단어 사이를 잇는 조사는 물론, 쉼표, 마침표까지 지극히 온전하고 정중하지만
다른 시인이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역력한 시다.
비명 소리를 터트리며 질주하는 무대위의 정윤호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어도 스탤스기처럼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시로 치면 활극에 가까운 전투적 단어가 난무하는 극시라 하겠다.
반면 차분한 무대밖의 정윤호의 느낌은,
여기저기 많이 고쳤지만 지우개 흔적조차 말끔히 없앤 산문시라 하겠다.
긴 문장이 차분하게 늘어선 산문임에도 운과 율까지 챙겼고,
편한 단어를 친절하게 매치해서 조용하고 안락하게 읽힌다.
착실하고 얌전하고 부지런하면서 세련되기까지 한 여류시인의 느낌이다.
- VOGUE NIPPON 7 no.131 / GQ 코리아 에디터 시인 이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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